Chris Choi's Blog

유시민 작가에게 배우는 즐거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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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8월부터 판교 사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근 길이 조금 길어지기도 했고, 아직은 판교 지역의 교통과 편의 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아쉬움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 생겼습니다. 경기 콘텐츠 코리아 랩에서 주최하는 창의 세미나 S에 참석해 배움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가 창의 세미나 S를 알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걸어 가고 있는데 도로변에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그 현수막에 진중권 교수의 성함이 있었습니다. 꼭 한 번 강연을 들어 보고 싶었던 분이었고, 덕분에 창의 세미나 S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창의 세미나 S가 있는 목요일 저녁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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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1. 창의 세미나 S 출처: 경기 콘텐츠 코리아 랩]

지난 6월 25일 저녁에는 유시민 작가의 창의 세미나 S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글쓰기, 두려움을 떨치고 즐거움으로!’입니다. 강연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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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 유시민 작가의 창의 세미나 S 강연 출처: 경기 콘텐츠 코리아 랩]

즐거운 글쓰기

음악 채널인 M Net이 성공적으로 종영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외모와 약간의 힌트만으로 실력파 가수와 음치를 가려내는 내용입니다. 출연자 중 가수 나얼의 노래를 멋지게 부르신 분이 있었습니다. 가수 김범수씨가 그의 노래에 감탄하며 왜 가수가 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일로 하게 되면 스트레스 받으면서 원망할 같아서요.

저는 끝까지 재미로,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일도 일이 되고 직업이 되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편하고 즐겁게 글쓰기를 하다가도 직장에서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고통스러운 일로 다가오는 글쓰기,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요?

글을 있는 행운

현재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는 행운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만약 우리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문자도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혹여 글을 안다고 해도 생각과 감정을 함부로 글을 썼다가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오늘 날 자유롭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행운입니다.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1]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의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글쓰기가 고통이라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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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3.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두려움을 떨치고 즐거움으로!’ 출처: 경기 콘텐츠 코리아 랩 Blog]

글과 그렇지 않은

어떤 글은 읽자마자 이해가 잘 되는 반면, 어떤 글은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문학은 특성 상 독자들에게 해석을 맡기므로 예외적이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글은 글을 쓴 사람이 전하려고 하는 생각과 감정, 아이디어가 글을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두 개의 차원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생각하는 바를 글에 잘 담는 것, 그리고 담긴 바를 글을 읽는 사람이 고스란히 가져 가는 것입니다. 즉,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의 두 개의 차원이 잘 맞아야 좋은 글이 됩니다. 그게 맞으면 글쓰기가 재미있어집니다.

글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은 완전히 다릅니다. 경험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릅니다. 이해 관계도 다릅니다. 글을 읽을 때 독자는 글에 끌려 가는 대신, 자신 스스로 글을 해석합니다. 두 개의 관점이 맞지 않으면 글을 쓴 사람이 글에 정확히 담았다고 생각하는 바가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 십상입니다.

Context 차이

사진도 일종의 Text입니다.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것이 글이든 사진이든 Text입니다. 두 장의 사진을 통해 좋은 글쓰기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1994년에 ‘Feature Photography’ 부분 Pulitzer상을 받은 Kevin Carter의 사진입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벌어진 내전의 참혹함을 세상에 알리고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그는 이 사진을 The New York Times (이하 ‘NYT’) 에 실었습니다. 독수리와 아이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죽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의 생물학적 본능으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기를 독수리는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사진을 보면 독수리가 미워지면서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파집니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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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4. 출처: The New York Times]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NYT는 몰려 드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었습니다. 그 후에 아이가 살았는지 문의하거나, 왜 사진 기자는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는지 항의하는 전화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젊은 기자는 불행하게도 서른 세 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을 택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신문에 실은 사람들과 사진을 보는 사람들 사이의 해석의 불일치가 이 같은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불일치는 Context의 차이로 인한 것입니다. 신문 독자들은 사진에 대한 기사와 사진에 달려 있는 Caption을 Context로 이용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외의 Context를 이용했을 것입니다. 사진 작가와 신문 편집자들이 독자들도 자신들과 동일하게 해석하기를 바랬지만, 그들의Context를 넘어서 독자들은 사진을 해석했습니다.

사진 작가가 잘못한 것일까요? 그는 여러 위협을 무릅쓰고 수단을 방문했고, 구호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호 장구 없이 난민과 접촉하면 전염병이 퍼져 구호소 전체를 위험에 몰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맨손으로 안을 수 없었습니다. 수단의 실상을 알려 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로 사진을 찍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느 누구도 잘못이 없습니다. 독자들은 정당한 비판을 했고, 사진 기자와 신문사는 좋은 취지로 사진과 기사를 개제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것이 실수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였습니다. 각자가 파악한,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Context가 다르거나, 같은 Text에 대해 다른 Context를 중심에 두면 해석과 이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소통은 어려운 일입니다. Context가 제대로 공유되어야만 Text를 만드는 사람이 생각한 바를 Text를 읽는 사람이 그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Text만으로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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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5.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두려움을 떨치고 즐거움으로!’ 출처: 경기 콘텐츠 코리아 랩 Blog]

나만의 Context

악플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Context의 측면에서 악플을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Context로 해석하거나, 때로는 Context 없이 해석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내가 임의로 해석하는데, 다른 사람이 나의 글을 잘 해석해 줄 리도 없습니다.

때로 논리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한 글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내 머리 속에서만 명확한 글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Context를 알고 명확히 해석할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은 다른 Context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Context가 되지 않으려면 Text 내에 해석에 필요한 Context를 함께 넣어 줘야 합니다.

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잘 읽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차이는 Context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궁합 맞는 책은 작가와 나의 Context가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Context 반전

두 번째 사진은 1974년에 ‘Feature Photography’ 부분 Pulitzer상을 받은Slava Veder의 ‘Burst of Joy’입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말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순간이며, 예고된 귀환이 아니라는 것을. 이 사진은 Text 자체가 말하는 훌륭한 사진입니다.

유시민 작가에게 배우는 즐거운 글쓰기_Image 6

[Image 6. “Burst of Joy” 출처: Wikipedia]

죽은 줄 알았던 공군 장교가 베트남 전쟁에서 몇 년 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정부의 협상을 통해 구출되었습니다.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만약 그 장교가 전투기나 폭격기를 몰았다면, 그리고 고엽제를 뿌렸거나 민가를 포함해 폭격했다면, 그 시간에 피해를 입은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을까요?

이 같은 Context가 결부되면 Text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Context에 입각해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해가 달라지게 됩니다. 독자가 같은 해석을 하기를 바란다면, 해석하기 위한 Context를 제공해야 합니다.

해석의 여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문학은 해석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해석은 독자의 몫입니다. 별 다른 Context가 없다면 “너에게 묻는다”는 사랑에 관한 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탄이 연탄재가 될 때까지 자기 몸을 완전히 불사르는 것처럼, 한 남자, 한 여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너에게 묻는다”는 1991년作입니다. 그 당시 안도현 시인은 전교조 해직 교사였습니다. 이 Context를 적용하면 연탄재는 해직 교사, ‘누구’는 학생들로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회사 보고서는 이런 해석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다음과 같이 명확해야 합니다. 누구나 훈련하면 이처럼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부서진 연탄재 네가 치울 거냐?

공감의 글쓰기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글쓰기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정서적, 논리적 공감을 위해 Context를 공유하는 것은 독자가 자연스럽게 작가의 시각을 따르게 하는 힘이 됩니다. 공감의 글쓰기는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독서와 글쓰기, 다른 사람들의 글, 동료들의 조언을 통해 실력을 키우다 보면 적절한 Context를 담은 논리적인 Text를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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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7. 유시민 작가의 사인]

[Video 1.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50602 서울대 특강 1부_#1” 출처: 글쓰기 YouTube Channel]

[1] 삶의 문제에 접근하는 유시민 작가님의 방식이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알고, 보고, 하는 것이 전부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었습니다. 가까운 과거와 미래 정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각을 벗어나 더 큰 관점에서-역사적 시야를 넘어서 우주적 시간, 지질학적 시간, 진화적 시간의 관점에서-현재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 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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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June 28, 2015 at 12:3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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