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

멈추지 않는 도전과 실행, 나영석 PD와 삼시세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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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뵙고 싶었던 나영석님을 회사 강연을 통해 만났습니다. 강연의 시작부터가 남 달랐습니다. 회사 강연 사상 처음으로 강연자가 지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전날 밤새 편집 작업을 해서 한 시간만 자고 출발하자 했던 것이 지각을 불렀다고 했습니다. 밤낮이 따로 없는 PD의 수고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고, PM 역할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마음의 부담감이 생각나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누가 누굴 가르치겠습니까? 강연보다는 다른 분야인 방송국 이야기를 참고 삼아 들려 드리는 것으로 생각해 주세요.“

 

시작부터 독특하고 소탈했던 ‘멈추지 않는 도전과 실행’이라는 주제의 강연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 생각은 Italic으로 표시했습니다.)

 

프로그램의 탄생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대중이 원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테마를 찾아야 합니다.

CJ E&M으로 이직한 후 맡은 첫 작품은 『꽃보다 할배』였습니다. 다행히 첫 작품부터 성공적이었고, 이후로도 ‘꽃보다’ 시리즈는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덕분에 2년 간 쉴 새 없이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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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1. 『꽃보다 할배』 출처: tvN]

 

PD는 앞으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모릅니다. 3개월 후 계획에 대해 생각을 해 보긴 하지만, 계획을 확정하거나 보고하지 않습니다. 장기 계획과 비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업계 특성 상 설비 투자가 없기 때문에 준비하는 테마를 대중이 원한다는 확신이 들면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오직 이번 주 방송에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래야 다음 주 방송도 있고, 그 다음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취향이 바뀌면 수 개월을 준비했어도, 조금만 더 준비하면 방송에 나갈 수 있어도 아깝지만 폐기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당장 방송 전날에도 방송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나영석님이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를 읽었습니다. 1 2 오프닝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옵니다. 강호동님은 분에 불과한 오프닝에 시간 넘게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다고 합니다. 오프닝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고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기대를 심어 주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와 맥락이 통하는 부분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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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

휴식과 영감

『꽃보다 청춘』을 마치면 휴식을 취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일 주일 휴가를 주면 뭘 하고 싶은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이우정 작가의 한 마디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예쁜 기와집

오는 오후 4

빗소리 들으며 부침개 먹고

마루를 구르다 낮잠 자기

 

문득 그런 집을 사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귀촌 Community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가격대와 실제 가격은 차이가 컸습니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수요가 많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다만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열에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나머지 분들에게는 귀농과 귀촌이 아마도 ‘마음의 판타지’일 것입니다. 마치 보배드림에서 슈퍼카를 구경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Recreation입니다. 구입할 가능성은 사실 상 없지만 그냥 보는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영감을 주고 받고, 대화를 통해 격려를 주고 받을 있습니다. 짧은 대목이지만 대화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마흔을 넘기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사람들, Community 활동을 하며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만의 판타지가 아님에 놀랐습니다.

 

(하나쯤 그런 마음의 판타지를 가져 보는 것도 여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씩 Fender Martin 같은 고가의 기타들을 보곤 합니다. 기타를 만져볼 일은 없겠지만, 잠시의 여유를 가져 보고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됩니다. 일종의 Refres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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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3 출처: Martin Guitar]

 

 

사람들과의 대화, 농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동료들과의 토론, 주변 상황의 판단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행해 갑니다.

 

기존의 문법 깨기

점심 식사를 하고 상암동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ID 카드를 목에 걸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또 다른 손에 든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들이 보입니다. 지쳐 보입니다. 나만의 판타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예능은 웃기 위해 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한 주 간의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고, TV를 보면서 1시간 남짓 웃지 않아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Healing의 한숨‘이었습니다. 틈새시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귀농과 귀촌의 이미지를 모두 넣었습니다. 이쁘고 좋은 정선 옥순봉의 농가도 임대했습니다. 『1박 2일』의 컨셉은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지루해하기 전에 세 번 정도 장소를 이동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그냥 주는 법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이 기존의 예능 문법입니다. 세대와 성별을 고려해 다섯 명에서 여덟 명 정도 섭외해 시청자들이 그 중 적어도 한 두 명은 좋아하게 합니다. Risk를 최소화 하는 방식입니다.

『삼시세끼』는 한 집에 머물며 그저 세끼를 잘 챙겨 먹고 나머지 시간은 멍 때리며 보냅니다. 잡초를 뽑기도 하지만, 미션이나 게임은 없습니다. 정서가 중요합니다. 빗소리, 부침개, 만화책. 처음에는 출연자가 한 명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에 두 명으로 늘렸습니다. 기존 문법과 완전히 배치되는 구성이라 불안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승낙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의 경력 덕분이었습니다. 전작들을 성공시켜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급진적인 프로젝트이기에 타이밍을 잘 보고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웃음보다는 웃음과 감동, 공감 등의 공감각으로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옮겨 가고 있는 시대임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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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4. 『삼시세끼』 출처: tvN]

 

Risk Taking

PD는 누구보다 Risk를 가장 잘 압니다. Risk가 Return으로 돌아올 수 있음도 가장 잘 압니다.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세 마디가 담겼습니다. 머리 속이 분열되기 시작했습니다. 농담이라도 하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 상황을 공감하면서 기다려야 하는지. 기존의 문법과 새로운 시도 간의 충돌이었습니다. 보통 초기 기획은 순수합니다. 실행 단계에서 전혀 달라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 많은 단계에서 Risk taking을 하기 때문입니다.

첫 녹화에서는 기다렸습니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편집을 마쳤습니다. 의아하게도 생각지 못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나도 저기서 저렇게 살고 싶다, 부럽다라는 댓글이었습니다. 좋다 나쁘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습니다. 시청자들이 공감각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습니다. 이직 후 만들었던 프로그램들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웃음 아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를 폄훼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농담 한 마디보다 별빛, 자라나는 풀, 밍키의 하품을 담으려 했습니다.

 

Concept 충돌

사람을 만날 때, 특히 연예인을 만날 때 언젠가 내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봅니다. 차승원님을 만났습니다. 기존 이미지와 달리 수다가 많아 아줌마 같았습니다. 요리를 잘 한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원래 계획에 없었던 어촌편을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요리의 수준이 달랐던 것입니다. 서툴고 힘들지만 맛 없어도 맛있게 먹는 것이 Concept이었습니다. 고민이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Concept과 어긋났지만, 요리를 잘 하는 것도 그 사람이라는 생각에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은 생각의 틀이었습니다. 소비자의 방점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유와 핑계를 갖고 있지만, 어쩌면 시청자들은 Concept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고, 엉뚱한 데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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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5. 『삼시 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씨 출처: tvN]

 

징후와 캐릭터

통계나 Trend는 참고하지 않습니다. 열 가지 Trend 중 Only One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포장의 이면에 있는 징후를 보려고 합니다. 조짐이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나 혼자 산다』가 떴습니다. 웃음거리 많지 않고 멍하게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웃음보다 공감임을 직감했습니다. 징후는 전파되고 확산됩니다.

대중은 새로움을 원합니다. 그러나 생판 모르는 새로움은 불편해 합니다. ‘등잔 밑의 새로움’이 좋습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면이 있었던 이서진님과 차승원님이 그렇습니다.

 

Implication

나영석님의 책도 강연도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흥미로우면서도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를 풀어내는 그는 Story teller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힘이 여러 프로그램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PD와 PM은 닮은 점이 있는 듯 합니다. A부터 Z까지 진행 상황과 이슈를 챙겨야 하고, 중요한 결정 사항 앞에 때로는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나영석님에게는 동료들과의 소통이 큰 힘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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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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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March 20, 2016 at 4:5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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