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

시민의 교양, 정의

with 2 comments

인문학 돌풍의 중심에는 채사장님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인문학, 인기에 영합하는 인문학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 가는 데 알고 있어야 할 지식과 교양을 익히기 위한 인문학이다. 그는 세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Podcast ‘지대넓얕’의 진행자다.

 

시민의 교양, 정의_Image 1.png

[Image 1]

 

채사장님이 판교의 Startup Campus에 오셨다.

 

자기 소개

대학 시절에는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에 돈 벌어 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손대면서 화장품 사업, 옷 가게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마음만 앞섰지 경험이 없어서 잘 됮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전업투자자였다. (지대넓얕의 73회의 주제가 주식편이다. 결론은 주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Day 투자자로서 전날 결정한 30개 기업에 대해 신문을 검색하고,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기업들에 대해 예약 매매를 하고 그 날 사이 매도를 했다. 일 별 0.5%의 수익률을 목표로 했는데 잘 맞았다. 안정적이었지만 접었다. FRB 의장이었던 밴 버냉키가 양적 완화를 멈추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를 멈추는 것과 골방에서 주식 매매를 하는 것이 무슨 관계일까?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그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지금은 절대 안 될 말이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노동을 통해서 성장하지 않는다. 금융이 중요하다. 빚을 지고 금리 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아무리 노동을 열심히 해도 월급으로 따라갈 수 없다. 글로벌 금융 기업들은 금리 차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획득해 왔다. 미국에서 돈이 풀리면 개도국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양적 완화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경기 침체는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서다. 사람들이 구매를 해 줘야 하는데 소비를 하지 않는다. 왜?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려면 결국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 줘 소비를 하게 해야 한다. 풀린 돈으로 저금해서면 안 된다. 따라서 양적 완화에는 저금리 정책이 따라온다. 미국 경기가 홀로 좋아졌다. 그 돈이 미국 안에 머무르지 않고 빠져나가,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유동성을 갖고 개도국에 투자한다. 이런 방식으로 부를 창출한다.

버냉키의 발표는 곧 화폐 발행을 멈추고 풀린 돈을 회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사례로 볼 때 8~10년을 두고 금리를 5~6% 올릴 것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들은 투자금을 회수해서 다시 미국으로 보낼 것이다. 우리 나라의 자산과 기업 가치, 부동산은 한정적인데 풀린 돈이 들어와 자산 가격을 향상시켰다. 기업이 생산하고 혁신한 것보다 세계적 금리차, 미국의 정책이 결국 더 중요한 셈이다. 한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부동산과 기업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책을 쓴 이유는 화가 나서이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속상했다. 그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안정적인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 노동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혼자 알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전업 투자 이후로 아등바등 사는 대신 놀아 보고 싶었다. 딱히 재미있는 일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재미있는 일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혼자 나누기 아쉬워서 인터넷을 올린 것이 Podcast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시민의 교양, 정의_Image 2.jpg

[Image 2]

 

정의

국민은 국가가 정의롭기를 바란다. 국가가 어떻게 행동하면 정의로울 수 있을까?

국민의 대부분은 합리적이고 선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물론 소수의 부정의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 부정의가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을 없애야 할 만큼 표면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하나씩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선한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것이다.

 

Q: 불법 노점상 철거를 강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보상을 해 철거하도록 해야 하는가?

  • 국가라면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근처의 합법적 상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불법적 상권을 인정하고 보상하면 안 된다. 불법이므로 처벌해야 한다.
  • 국가가 방관하다가 이제야 철거한다면 국가의 잘못이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최소한의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 특성화된 거리로 만들어 윈-윈 사례를 만들 수 있다.

 

Q: 불법 체류자의 자녀에게 복지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가?

  • 자녀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불법 체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자녀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불법 체류자라고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다.
  •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한정된 복지 예산을 자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가지 정의관

대립되는 의견들을 살펴 보면 두 가지 정의관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수직적 정의관’과 ‘수평적 정의관’이다. 수직적 정의관은 세상에는 수직적 질서가 있음을 전제한다. 질서를 준수하고 법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질서를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이 둘을 엄격히 구분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수평적 정의관은 사회에 수직적 질서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는 가지고 배운 사람들과 가지지 못하고 덜 배운 사람들 간의 간극이 좁혀지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형평성이 이루어지는 사회다.

수직적 정의관은 차등 분배, 보수로 이어지고, 수평적 정의관은 균등 분배, 진보로 이어진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보수, 진보가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윤리가 경제와 정치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는 선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갈등이 생기는 게 문제다. 하나의 관점이 맞고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수평적 정의관이 수직적 정의관을 보면 악한 보수 꼴통이 되고, 수직적 정의관이 수평적 정의관을 보면 현실 감각 없는 포퓰리스트가 된다. 거기서 문제가 출발한다. 나와 다른 관점과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선과 악의 문제보다 다른 생각들의 갈등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를 인정해야 그 때부터 토론과 합의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절이 발생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로 정의를 정의했다. 수평적 정의와 수직적 정의를 함께 담은 말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수직적 정의관을 따랐고 보수 정권이 집권했다. 집단지성을 믿는다. 우리에게 필요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시민의 교양, 정의_Image 3.jpg

[Image 3]

 

Q&A

대학 3년 간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어느 날 직장 생활에 대해 조언을 구한 누나에게 인문학 책을 많이 읽으면 큰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자만이었다.사회 생활과 경험에서 배운 것이 엄청나다. 독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의무감을 갖거나 신성시 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은 책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삶에서의 경험이다. 이미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인문학을 하고 있다.

세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성경과 우파니샤드, 공산당 선언이다. 현대 사회가 서구 사회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성경을 알아야 서구를 이해하고 현대를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다른 절반의 세계는 베다에 있다. 그 결론이 우파니샤드다. 우주는 브라이트만, 인간의 본질은 아트만이다. 서양은 둘을 구분하고 종속 관계로 두지만, 우파니샤드는 궁극적으로 이 둘이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너이므로 모든 것이 나의 일부라고 말한다.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의 한계와 넘어서는 방법에 관해 힌트를 준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도 볼 수 있다.

지대넓얕은 맞는 것과 틀린 것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면 개입할 여지를 준다. 그러서 토론이 잘 된다. 전문 지식으로 토론하기는 어렵다. 얕게 접한 지식으로 타인과 대화하게 한다. 전문 지식은 돈을 벌게 해 주지면 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우물 파는 영혼도 좋지만, 여행하는 영혼이 좋다. 기웃거리며 방황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우물을 충분히 파고 있다. 가족 친구와 대화해야 한다. 갖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모아 보자.

 

Implication

채사장님의 강연이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가 있다. 우선 대화다. 나는 주식 얘기, 아파트 투자 얘기 따위를 많은 시간 하고 싶지 않다.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나 역시 모으고 있다.

또 하나는 여행하는 영혼이다. 한 가지 일에, 한 가지 공부에 평생을 투신하는 분들 역시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 저것 경험하고 싶다. 이것 저것 공부해 보고 싶다.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지만, 이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좀 더 다양하게 보고 싶다.

Written by Chris Choi

July 15, 2016 at 9:38 am

2 Responses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 채사장님: 시민의 교양, 정의 […]

  2. […] 채사장님, 『시민의 교양』 […]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