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s Blog

2016년 가을의 율동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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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의 한 월요일. 하루 휴가를 냈다. 바쁘지 않은은 휴가의 아침엔 집에서 가까운 율동 공원에서 산책을 하곤 한다.

 

[Image 1, 2]

 

오늘은 수첩을 들고 천천히 걷는다. 좋다.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연결 고리가 없는 생각들이다.

 

#1

날씨가 서늘하다. 늦가을 날씨다. 나는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늦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름을 빼앗아 가고 겨울을 금새 데려오는 늦가을이 밉다. (올해 같은 폭염은 왜 일찍 빼앗아 가지 않았을까?) 마음까지 허전해진다. 내 젊음도, 내 인생도 그렇게 빼앗아 갈 것 같은 가을 바람이 분다.

 

#2

9시에 출근하고 6시는 넘어야 퇴근하는 일상. 만약 이 일상이 바뀌어 아침 시간이 주어진다면, 매일 이 길을 걷고 싶다. 아내와 함께면 더 좋겠다. 오후에만 일해도 되는 거라면 참 좋겠다. 그러나 일이 없어져 이 길을 걷는 일밖에 할 게 없어진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본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을 바람이 더 차다.

 

#3

어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고등학교 친구 얘기가 나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나를 괴롭혔다. 아마도 그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물론 나는 죽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유쾌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를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 소심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 보면 그래도 같은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공유한 사이인데.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나에게 폭행을 가했던 내무반의 사람들 – 고참이란 표현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죽을 만큼 맞지는 않았다. – 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일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갑자기 제동형이 생각난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는데 비둘기가 내 뺨을 살짝 치며 지나간다. 정신 차리라는 신호다! ‘네가 괴롭혔던 사람들은?’ 맞다. 군에서 나는 사람을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을 괴롭혔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괴롭혔을 것이다. 비둘기가 말한다. ‘너나 잘 하세요. 먼저.’

이런 소심함으로 10년 넘게 사회 생활을 한 것은 기적이 아닐까? 기적이 이어질 수 있을까?

 

#4

찬 바람을 잠시 피해 커피 한 잔. 분당에 오시는 지인에게 커피 한 잔 사 드리고 싶은 곳.

 

[Image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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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October 24, 2016 at 11:15 am

Posted in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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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가끔 아내와 짤림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다. 하루 휴가를 낼 때 할 일이 없으면 가끔 율동공원을 몇 바퀴 산책한다.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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