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s Blog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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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영화관에 갈 때 수첩을 들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영화가 끝나면 보통 수첩의 두 세 면은 간단한 메모로 채워진다. “판도라”를 보러 갈 때도 어김 없이 수첩을 들고 갔다. 영화가 끝났다. 두 세 줄의 메모 외에 수첩은 깨끗했다. 무언가를 적을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였다.

 

안전과 불안전

재혁의어머니 석여사 (김영애님) 는 원전으로 인해 남편과 큰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안전하다고 믿는다. 사고는 있을 지언정, 원전이 무너지거나 폭발할 일은 없다고 믿는다. 또한 원전은 끊임없이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 준다. 보상금은 물론, 원전이 아니었으면 백수였을 아들에게 주는 월급까지. 달리 말하면, 원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굳게 닫혀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재혁 (김남길님) 은 생각이 다르다. 어촌이라는 터전을 상실한 사람들이 떠난 것은 원전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혁의 형수인 정혜 (문정희님) 역시 남편의 사망으로 원전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완고한 시어머니 앞에서는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이들 모두 언제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은폐의 연속, 혼란의 연속

정부는 사건의 은폐에 은폐를 이어간다. 국민 혼란의 최소화라는 명분이 있겠지만, 축소 보고를 서슴지 않는다. 축소 보고는 허위 보고와 다름 없다. 총리 (이경영님) 는 대통령 (김명민님) 을 밀어내려 한다. 원전의 명암과 정치의 명암이 기막히게 병치된다.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 정부도 상황을 은폐한 정황이 있는 걸 보면, 권력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사고 대응도 허술하다. 경찰은 주민들을 체육관에 가뒀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체육관의 사람들을 버려 두고 도망가 버린다.

원전의 책임자인 본부장 (송영창님) 은 낙하산 인사로,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전혀 없다. 사장 (손종학님) 은Meltdown에도 원전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태는 한 층 더 심각해진다. 원전은 설계서와 다르게 건설되었다.

 

가정

이런 가정을 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지금 원전에 영화와 같이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혹시 영화와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의문이다. 누구도 해결해 보지 않은 문제다.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이다. 핵심은 누구도 이 상황을 가정, 혹은 전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절대 핵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시민들

결국 문제를 해결한 것은 목숨을 기꺼이 바친 힘 없는 시민들이었다.

 

무섭다고 감지 말고, 먹었다고 숨지 말라.”

 

내 마지막 한 마디.

“Pandora has been already opened in this society.”

 

[Video 1. ‘판도라 메인 예고편’ 출처: NEW YouTube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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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January 2, 2017 at 12:08 am

Posted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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