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s Blog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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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수 백 번은 봤을 『살인의 추억』.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취조실. 박형사 (송강호님) 가 조병순 (류태호님) 을 취조하고 있다. 마스크를 낀 남자가 공구함을 들고 취조실 계단을 내려온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 공간은 강자와 약자만이 존재했다. 강자도, 약자도 아닌 삼자가 등장하는데, 그를 쳐다보는 사람은 약자인 조병순뿐이다. 박형사도, 서형사 (김상경님) 도, 조형사 (김뢰하님) 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강약의 균형을 깨면서도, 동시에 강약을 두드러지게 하는 장치로 느껴진다. (순전히 나의 짐작이다.) 그는 무엇에도 개입할 수 없다. 개입할 마음도 없다.

군대에서 선임이 후임을 꾸짖는다. (표현을 완곡하게 했다.) 통상 묵인, 혹은 용인되는 행위로 간주되어 간부는 아무 일 없는 듯 삼자가 된다. 그 느낌과 비슷하다. 그는 상황을 제대로 돌려놓는 데 관심이 없다. 아니, 그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확한 판단을 한 거다.

(조금 틀어서 보면, 회사의 남자 화장실을 청소해 주시는 이모님도 생각난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동료와 화장실에서 짧은 대화를 나눌 때, 이모님의 존재는 삼자가 된다.)

나는 오늘도 『살인의 추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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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March 25, 2017 at 8:41 pm

Posted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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