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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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E. 세상을 가르는 기준들이 있다. 부, 학력, 명예, 그리고… 그 기준들은 수평선들을 그린다. 선과 선은 아주 가끔 한 두 개의 점으로 교차할 때가 있지만, 하나의 선으로 수렴하는 일은 없다. 나는 나와 다른 선을 본 적도 없다! TV 뉴스에서 간혹 선의 대략적인 모습을 설명해 주지만, 나는 짐작도 할 수 없다.

‘DIGITAL DIVIDE’. 한 집에서는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고 화장실 구석 자리까지 손을 내민다. 다른 한 집에서는 무전기로 대화를 나눈다.

 

기생충_Image 1.jpg

[Image 1 출처: CJ Entertainment Facebook]

 

영화 『기생충』은 선과 선이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 최대한 거리를 좁힐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다. 구경도 할 수 없는 서로를 전제한 나로서는 ‘멀고 먼 둘이 가까워진다면’이라는 상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수직, 기제

수평에도 상하가 있다. 기택 (송강호 배우님) 의 가족은 아래 반지하에서, 박사장 (이선균 배우님) 의 가족은 위 대저택에서 산다. 박사장의 가족은 그대로 있지만, 기택의 가족은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다. 올라가는 길은 즐겁지만, 내려가는 길은 비참하다. 다른 둘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위의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법은 없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이 넘치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래의 몫이다. 위에서는 억수 같은 비에도 인디언 텐트 안에서 쉬면 되지만, 아래에서는 위험을 각오하고 얼마 되지 않는 귀중품을 꺼내 오기 바쁘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플라스틱 뗏목을 타고 논다.

이런 구도에서 각자의 기제가 있다. 위에서는 아래에서 선을 넘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박사장과 연교 (조여정 배우님) 에게 그 선은 냄새다. 그들은 냄새를 공유하지 않는다. 냄새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집 안의 오래된 냄새를 공유해야 한다. 그 냄새가 옷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냄새를 공유하지 않는다.

아래에서는 기회를 포착하면 위에서 무언가를 얻기를 바란다. 물론 위의 것들을 차지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기우 (최우식 배우님) 와 기정 (박소담 배우님) 이 대학생인 척, 유학생인 척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기제다. 마치 기생충이 숙주를 속이고 유혹해 숙주의 몸에 들어가는 것처럼. 숙주는 자기 몸 속에 기생충이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기’생과 ‘공’생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택은 반지하 어두운 방에서 기생하는 곱등이를 쫓아 내려고 방역 가스를 피하지 않는다. 자칫 숙주까지 죽을 수 있음에도.

 

View

집을 구할 때도, 호텔을 예약할 때도 ‘뷰’는 중요하다. 멋진 풍경만이 뷰의 전부는 아니다. 취객의 소변까지 봐야 하는 뷰, 아름다운 조경만을 보면 되는 뷰.

 

계획

계획이 뭐야?” (충숙)

아들아, 너는 계획이 있구나” (기택)

계획에 없던 ” (기우)

아버지, 계획이 뭐에요?” (기우)

무계획.” (기택)

 

시작은 우연이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기택 가족의 연이은 결정들은 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기택은 무계획을 택한다. 그 때부터 기택은 무기력해 보인다. 기우는 무계획이 불편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기우는 위태로운 수재의 순간에 집에서 수석을 들고 나온다.

다시 보면 계획대로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박사장은 세상을 떠나고, 민혁 (박서준 배우님) 조차도 다혜와 사귀겠다는 결심을 지키지 못한다.

 

바뀌지 않는 질서

질서는 바뀌지 않는다. 모스 부호는 아래 사람들끼리만 통한다. 오근세 (박명훈 배우님) 는 충숙과 기정만을 찌른다. 윗 사람들은 하나도 찌르지 않는다. 박사장 가족이 나간 자리를 또 다른 세입자가 채운다. 오근세 (박명훈 배우님) 의 자리를 기태가 채운다.

 

봉테일

『살인의 추억』의 인상적인 장면 하나. 박두만 (송강호 배우님) 이 취조를 할 때 보일러공이 보일러를 만진다. 충숙과 기우가 기정이 있는 납골당에 서 있는데 사람들이 청소를 하려고 나선다.

JTBC의 서복현 기자님, 심수미 기자님이 현실성을 강화해 주셨다. JTBC 로고를 그대로 사용했다.

 

가족 가족

가족과 가족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Jordan Peele 감독의 『Us』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Link 1. ‘Us]

 

  • 네 명과 네 명.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중간 즈음 어디에 선을 두고 접으면 대칭이 될 것 같다. 기택 가족의 아들인 기우와 박사장 가족의 딸인 다혜가 사랑을 한다. 기택 가족의 딸인 기정은 박사장 가족의 아들인 다송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기택 가족의 엄마인 충숙이, 박사장 가족에서는 박사장이 가정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물론 『Us』는 완전 대칭처럼 보인다. 모습은 그렇지만 속성은 그렇지 않다.
  • 오리지널이 있어야 카피가 있다. 마치 숙주가 있어야 기생충이 있듯이.
  • 단, 기생충은 전복을 꿈꾸지 않으나, 카피는 전복을 꿈꾼다.

 

불편한 마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불편한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냉혹한 현실을 조금은 부드럽게 표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와 양 측의 기제가 새로울 것도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누가 숙주이며, 누가 기생충인가? 부가 숙주와 기생충의 기준이라고, 사람이 숙주가 되고 동시에 기생충이 되는 사회는 필연이라고 말하지 말자.

 

감독과 배우들

  • 봉준호 X 송강호. 칸 영화제 수상.
  • 봉준호 감독님은 초기부터 송강호 배우님과 최우식 배우님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만약 내가 감독이 된다면 어떤 배우를 우선 염두에 둘까 생각해 봤다. 송강호 배우님, 박원상 배우님, 박희순 배우님, 이성민 배우님, 박소담 배우님, 정유미 배우님, 김원해 배우님, 오정세 배우님, 전국환 배우님, 정해균 배우님, 이도경 배우님이 떠오른다.
  • 박소담 배우님의 연기에 매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능청’의 높은 능력치를 이번 영화를 통해 키우신 듯 하다. 한 이 삼년은 반지하에서 합숙을 한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다.
  • 지금까지 활짝 드러나지 않았던 최우식 배우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기생충_Image 2.jpg

[Image 2 출처: CJ Entertainment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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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June 3, 2019 at 1:16 am

Posted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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