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

London: 2002. 8 – 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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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한국 땅을 떠난 것은 스물 네살의 여름. 목적지는 영국 런던이었다. 7개월을 홀로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지금은 너무 흔한 일이 되었지만, 그 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내 인생 처음 떠나는 긴 여행이었으니까.

 

준비

인터넷의 강력한 힘을 느낀 첫 경험이었다. 어떤 곳에서 영어를 배울 것인지를 살펴 보고, 대학에 연락해 등록 요청을 하며, 송금 방법을 확인했다. 순전히 인터넷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 사람과 영어로 소통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배움이었다!

출국이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엄마가 가방을 골라 주셨다.

그 가방은 소중했다. 입사 후에 미국 출장을 여러 차례 다닐 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그 가방을 게속 사용했다.

 

입국

말로만 듣던 Heathrow Airport. 수 십 번 입국 심사를 받았지만, 지금도 입국은 예외 없이 긴장된다. 하물며 처음 경험하는 입국 심사. 영어를 알아 듣고 영어로 말해야 한다.

 

[Link 1. ‘출입국 사건]

 

떨리는 가슴을 안고 지하철을 탔다. 서양 사람들은 키도 큰데 지하철은 왜 작을까? 짐을 꼭 붙들고 앉았다. 안전하게 숙소까지 갈 수 있을까? 갈 곳이 명확하고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여행은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그런 여행은 드물다.

지하철에서 내려 공중전화를 찾았다. 준비해 간 국제 전화 카드로 집에 안부 전화를 했다. 수 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으로. 7부 능선은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통화를 채 10분도 하지 못했다.

며칠 묵을 숙소에 짐을 풀고, 3층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붕들이 보였다.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덮인 지붕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가끔씩 하늘 높이 비행기가 어디론가 날아갈 때면 마음이 뒤숭숭했다.

 

2 버스

개강하기 전 여름날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걷고, 공원을 걷는 일. 그래도 좋았다.

신기했다. 어떻게 버스가 2층이 될 수 있지? 버스는 단층이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겠다. 2층에서 바라보는 런던의 풍경. 공중에서 시내를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고즈넉하다.

시내 버스뿐만이 아니다. 에딘버러로 떠날 때 탔던 2층 시외 버스. 그 이후에 탔던 더블린과 라스베가스, 멕시코의 시내 버스. 이제는 서울에서도 2층 버스를 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2층 버스에 대한 편견은 없다.

버스의 연식을 알 수는 없지만, 최근에 운행을 시작한 것 같은 버스와 이미 수 십년은 운행했을 것 같은 버스가 같은 노선을 달린다. 버스의 구조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나는 오래된 버스가 멋이 있었다. 런던의 역사 같아서.

 

Subway, Tube

‘Mind the gap’.

 

기차와 플랫폼 사이의 틈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지하철과 더불어 이 말도 영국의 상징이 아닐까?

지하철에서 서두르는 사람은 여행객일 것 같다. 런던 사람들은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지하철의 도착 주기가 짧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여행객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교통 근로자들도 크리스마스를 동일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상에서일까? 런던에 가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일이다. 서울 시내에 하루 동안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면?

 

Thames

내가 본 큰 강은 한강이 유일했다. 기적을 이끈 강, 남과 북을 갈라온 강. 내 눈엔 그냥 강이었다. 큰 강.

Thames는 한강과 달랐다. 물의 색깔부터가 달랐다. 진녹색에 가까운 탁한 물은 강이 지닌 상징성과는 다른 듯 했다. 이런 것이 편견이다.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겁이 났다. 다리마다 차이가 있지만 강물과 다리가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난간의 높이도 높지 않았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 이것 역시 선진국의 상징일까? 시민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 조심하지 않으면 큰 일을 당할 수 있는 것. 선진국의 법과 규제가 그런 것처럼.

한강에서 맥주를 마셔 본 적이 없다. Thames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셔 본 적이 한 번 있다. 말로만 듣던 ‘Pub’에서 ‘Half pint’를 마셨다. 어렸다. 나는 맥주 맛을 알지 못했다. 세상은 더 알지 못했다. 그 때의 나를 안아 주고 싶다. 지금보다 더 착했다.

밤낮의 길이가 참 희한하다. 짧을 때는 3시가 좀 넘으면 깜깜해진다. 맥주와 축구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것 같다.

 

Street

유명한 거리들이 많다. Oxford Street, Regent Street, Strand Street. 언젠가 Virginia Woolf는 수도 없이 Strand Street를 걸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만큼은 그 거리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이따금 먼 길을 걸었다. 때로는 밤길을 걷기도 했다. 지하철역들을 나침반 삼아 걸었다. 물론 방향이 틀어질 때가 있었다. 좀 위험해 보이는 길도 있었다. 무서울 때도 있었다. 이것이 젊음이고, 이것이 인생인가?

 

Park

말로만 듣던 Hyde Park 바로 앞에서 살았다. 심심하면 공원을 걸었다.

 

English

어학 연수로 영어를 배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선생님을 제외한 Native speaker가 나 같은 외국인에게 친절히 시간을 할해해 주기는 어렵다. 하숙을 한다면 친절한 주인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교회가 있었다. 영국 교회. 모두 영국인은 아니었고, 국적과 출신이 다양했다. 그래도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Musical

내 인생에 처음 뮤지컬이 들어온 것은 2002년의 겨울이었다. 마음까지 추운 겨울이었지만 “The Phantom of the Opera”는 잠시나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내 인생에 뮤지컬은 없었을 것이다.

 

Christianity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 곳을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고 했다. 활기가 떨어지는 선진국의 단면일까? 결은 좀 다르지만, 불과 십 여 년의 시간이 지나 우리나라도 그 모습을 닮아갈 거라는 생각을 그 때는 전혀 하지 못했다.

 

British Museum, National Gallery

 

윔블던의 기억

윔블던.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에게는 다른 기억이다.

윔블던역에서 중심가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칸 앞쪽에 10대 후반,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몇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갑자기 나를 향해 조그만 구슬 같은 것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심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 빠른 걸음으로 피했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 보는 인종 차별이었다. 더욱 무서웠던 것은, 누군가 나의 편에 서 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방인이니까. 입장을 바꿔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외국인을 위해 내가 손 내밀어 준 적은 있었나? 기억에 없다.

 

마음의 여유

어학연수 막바지에 외삼촌들이 돈을 보내 주셨다. 귀국하기 전에 유럽 여행을 꼭 해 보라고 당부하셨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돈으로 복학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Global 시작

Global을 체험한다는 것. Piccadilly Circus에서 본 삼성 광고판. 대단한 성공임에 틀림 없다. (그 기업의 공과를 떠나서)

대학 입학 후에 사용하기 시작한 Mitsubish의 uni-ball Signo. 20년 넘게 변함 없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 내 필통 안에 들어 있다. 런던 시내의 한 문구점에서 만났다. 반가웠다. 이 펜이 얼마나 좋길래 이 먼 곳에서도 판매되고 있을까? 그 만남이 나에게 Global의 작은 시작이었던 것 같다.

 

London_200208_200302_Image 1.jpg

[Image 1. uni-ball Signo]

 

아쉬운 일들

  • 런던의 명물인 London Eye를 타 보지 못했다. 14년 후 Las Vegas의 High Roller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Dots Connected

13년 가까이 흘러 Dublin 출장을 가기 위해 Heathrow 공항에 잠시 머물렀다. 비록 공항 밖을 나가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 공항은 고작 입국과 출국에 이어 세 번째였지만 추억이 마구 밀려왔다. 영국인들의 액센트를 들으니 반가웠다.

그 때 그 시간이 미국과 베트남으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배고프더라도 낯선 도시에서 살아 보는 경험을 나는 추천한다.

 

References

  • 런던을 걷는 게 좋아, Virginia Woolf

Written by Chris Choi

October 25, 2019 at 6:15 pm

Posted in Globa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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