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s Blog

Archive for the ‘Essay’ Category

일요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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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3시 47분.

탄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한쌍의 남녀가 내 길을 막는다. 한 편으로 얄미우면서도, 한 편으로 부러웠다. 내일 출근은 아랑곳 않고 이 시간에 데이트라니.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나의 열정은 모두 식어 버린 것일까? 아니다. 이 시간에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내 꾸준함 역시 열정이다. 지난 주 이 시간에는 이미 두 번 본 “택시 운전사”를 한 번 더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출근은 아랑곳 않고.

나이는 열정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오늘도 열정을 태워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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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ris Choi

September 5, 2017 at 1:5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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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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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높아지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언제였는지 기록해 본다.

 

  • 사고 싶은 책을 경제적 부담 없이 사기 시작했을 때.
  • 작곡을 하고 악기를 구입했을 때.
  • 첫 해외 출장을 떠났을 때.
  • 골프를 하기 시작했을 때.
  • 서태지 콘서트를 처음 보았을 때. 정성화님의 뮤지컬 공연을 처음 보았을 때.
  • 처음으로 Mac을 구입했을 때.
  • 결혼해 가장이 되었을 때.
  • 출산을 앞두고 첫 차를 구입했을 때.
  • 내 집 마련에 성공해 더 이상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소유와 경험을 구분해 보고 싶었지만,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아내에게 물어봤다. 언제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 역시 엄마란 생각이 들었다.

 

  • 아들이 말을 알아 듣고 혼자 놀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래서 자신의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다만 내 List를 보고는 물질적이라는 평가를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소박한 소유의 경험화’라고 답했다.

Written by Chris Choi

August 26, 2017 at 12:4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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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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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점심 시간, 중국인 동료와 중국 얘기를 한참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동료가 말했다. ‘과장님, 오늘은 알쓸신잡이었네요’.

맞다. 난 알쓸신잡 스타일이 참 좋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표현하다가, 어느 새 부분과 부분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소재가 다양하지 않아도 좋다. 경험이 제각각이지 않아도 좋다. 서로를 존중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알쓸신잡 네 분의 강연을 들었다. 나영석 PD님까지.

 

[Link 1. ‘유시민 작가에게 배우는 즐거운 글쓰기]

[Link 2. ‘글로 먹고 사는 , 황교익님의 글쓰기와 이야기]

[Link 3. ‘멈추지 않는 도전과 실행, 나영석 PD 삼시세끼 이야기]

 

[Image 1, 2, 3]

Written by Chris Choi

August 15, 2017 at 12: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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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운전, 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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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운전, 횡단보도의 공통점.

 

가끔씩 서두르게 된다. 소개팅 약속에 늦어서, 회사에 지각하게 생겨서, 수업에 늦을 것 같아서.

조금 더 서두른다고 막상 시간에 큰 차이는 없다.

자칫 서두르다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계단, 운전, 횡단보도, 서두르지 마라’.

Written by Chris Choi

April 26, 2017 at 11:3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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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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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乙未年, 머그컵을 선물로 받았다. 누가 선물해 주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년이 더 지났지만 양띠로서 양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본다.

 

[Image 1, 2]

 

온순함 // 태어나서 어느 순간까지 오랫동안 나에게 양의 이미지는 온순함이었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는 대체로 온순한 성격이었다.

 

79년생, 혹은 띠동갑 // 79년생이라 하면, 혹은 띠동갑이라 하면 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상 // 내 온순함이 걷히는 순간, 내 Stereotype도 조금씩 걷혔다. 스코틀랜드의 교외 지역을 여행하는 중에 들판에 방목하는 양떼를 보게 되었다. 뚱뚱했다. 새하얗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용하지 않았다.

Written by Chris Choi

March 25, 2017 at 2:2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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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짬뽕, 쿵푸 팬더, 일반명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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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느 날 진짬뽕 TV 광고를 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했다. 그 뒤로 짬뽕을 보면 짬뽕 대신 진짬뽕이라 부른다. 진짬뽕은 일반명사화 되었다. 광고의, Branding의 힘은 대단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쿵푸 팬더”다. 1편은 DVD로, 3편은 극장에서 아들과 함께 봤다. 어느 날 퍼즐을 맞추다 팬더가 완성되었다. 아들은 팬더를 쿵푸 팬더라 불렀다.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

Written by Chris Choi

February 11, 2017 at 8: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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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의 율동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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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의 한 월요일. 하루 휴가를 냈다. 바쁘지 않은은 휴가의 아침엔 집에서 가까운 율동 공원에서 산책을 하곤 한다.

 

[Image 1, 2]

 

오늘은 수첩을 들고 천천히 걷는다. 좋다.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연결 고리가 없는 생각들이다.

 

#1

날씨가 서늘하다. 늦가을 날씨다. 나는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늦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름을 빼앗아 가고 겨울을 금새 데려오는 늦가을이 밉다. (올해 같은 폭염은 왜 일찍 빼앗아 가지 않았을까?) 마음까지 허전해진다. 내 젊음도, 내 인생도 그렇게 빼앗아 갈 것 같은 가을 바람이 분다.

 

#2

9시에 출근하고 6시는 넘어야 퇴근하는 일상. 만약 이 일상이 바뀌어 아침 시간이 주어진다면, 매일 이 길을 걷고 싶다. 아내와 함께면 더 좋겠다. 오후에만 일해도 되는 거라면 참 좋겠다. 그러나 일이 없어져 이 길을 걷는 일밖에 할 게 없어진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본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을 바람이 더 차다.

 

#3

어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고등학교 친구 얘기가 나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나를 괴롭혔다. 아마도 그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물론 나는 죽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유쾌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를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 소심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 보면 그래도 같은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공유한 사이인데.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나에게 폭행을 가했던 내무반의 사람들 – 고참이란 표현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죽을 만큼 맞지는 않았다. – 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일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갑자기 제동형이 생각난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는데 비둘기가 내 뺨을 살짝 치며 지나간다. 정신 차리라는 신호다! ‘네가 괴롭혔던 사람들은?’ 맞다. 군에서 나는 사람을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을 괴롭혔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괴롭혔을 것이다. 비둘기가 말한다. ‘너나 잘 하세요. 먼저.’

이런 소심함으로 10년 넘게 사회 생활을 한 것은 기적이 아닐까? 기적이 이어질 수 있을까?

 

#4

찬 바람을 잠시 피해 커피 한 잔. 분당에 오시는 지인에게 커피 한 잔 사 드리고 싶은 곳.

 

[Image 3, 4]

Written by Chris Choi

October 24, 2016 at 11:1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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