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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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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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외삼촌의 구석진 방에 가끔 들어가곤 했습니다. 책장 한 켠에 표지가 명확지 않은 책들이 몇 권 꽂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5.18을 다룬 책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파편의 기억이 대학 시절 철학 수업 때 보았던 5.18 영상과 짧게나마 연결되긴 했지만, 그 이후로 제 관심은 끊어졌습니다.

꽤 시간이 흘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이하 “넘어넘어”) 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5.18이 하나의 소설처럼, 하나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창비에서 저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변영주 감독님이 학생 시절의 경험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넘어넘어_Image 1.jpg

[Image 1]

 

한 때 “넘어넘어”는 지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35년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몇 개로 쪼개어 읽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결심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회한, 살아 남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 죄책감, 책임감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벗어날 만한데, 시대가 계속 몰아쳐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 되겠다는 역사에 대한 책임감일 것입니다. 잡혀갈 것을 각오하고 썼습니다. 마치 점조직처럼 서로 모르게 팀 별로 일했습니다.

한 곳이 검거되더라도 다른 한 곳에서 인쇄할 수 있도록 인쇄소는 두 곳을 선택했습니다. 고맙게도 인쇄소 사장들이 흔쾌히 나섰습니다. 역시나 한 곳이 압수 당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한 쪽은 무사했습니다.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에 절반 정도 뿌리고, 나머지는 지방과 사회 단체에 뿌렸습니다. 해외에서는 표지를 바꿔 인쇄했습니다.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 염려도 되었습니다. 책이 서점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감탄이 들렸고, 보급을 위한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서점 주인들이 잡혀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발이 달려 알려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고등학생, 대학생들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북한군이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전두환이 정권 잡으려고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정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가짜 뉴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600명의 북한 특수군이 시민을 죽였다는 것이 대표적인 가짜 뉴스입니다. 시신을 홍어로 폄하하는 등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표현들도 인터넷에 돌았습니다. 더 이상 가짜 뉴스가 횡행하지 않도록 2014년 1월 개정판 간행 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당시에는 40여명밖에 취재하지 못했고, 양민 학살 부분도 담을 수 없었습니다. 개정판에는 1,300여 명으로부터 받은 1,868건의 증언 자료가 사용되었으며, 5공 청문회를 통한 군부대 가해자 자료도 추가되었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사실에 기초하고자 노력했습니다.

5.18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입니다. 프랑스 혁명 못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프레임을 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사실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글을 통해 접하므로 사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은 도청 앞 발포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보니 5.18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가장 절정에 오른 것은 대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5월 20일 밤이었습니다. 오후 5시 경 택시 기사 부대가 금남로로 몰려온 것이 모멘텀이 되었습니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맨손으로 총칼을 당할 방법이 없자 군인도 어쩔 수 없는 차량을 무기로 내세운 것입니다. 거대한 물결이 새로운 국면을 열었습니다. 택시 부대가 잡혀가자,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던 사람들이 항쟁 대열에 계속 참여했습니다. 그 날 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MBC, KBS, 세무서가 불탔습니다. 자칫 폭동으로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자신의 목숨을 초월한 열기가 모여 광주역에서 22시부터 24시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군도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어서 발포했습니다. 그 전에 전복된 차량에 공수부대 중사 한 명이 깔려 사망했습니다. 공수부대의 분노를 자극한 사건이었습니다.) 3공수여단장은 최세창이었습니다. 전두환과 월남전을 함께 참전하고, 공수부대도 함께 창설한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특공대 67명이 5월 27일 새벽 도청 점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억압이 있었기에 근사한 것입니다. 그 때가 계속 아른거립니다. 5.18이 족쇄가 되었지만, 작가로서는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광주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일관되게 현실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쓸 때 5월 27일의 새벽 여명을 떠올려 봅니다. 그 때의 느낌을 생각해 봅니다. 후세에게 역사의 교훈을 전함으로써 고난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30년 전을 회상하며, 그 감각 그대로 살아 있어 고맙고 다행입니다.

 

광주였는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85년판과 개정판을 비교해 가며 보신다고 합니다. 서울이 해산 중심의 진압이었던 데 반해, 광주는 시민을 자극하며 의도성을 갖고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제주 4.3 사건 때도, 5.10 선거 때도 본보기가 필요했던 것처럼, 광주도 그랬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광주의 상황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습니다. Timeline은 부마 사태 이전부터 매일 국무성에 보고되었습니다. 미국은 박정희의 통치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12.12 사태를 통한 군권 장악을 알고 있었으며, 보이지 않게 그들을 지원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안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관여한 바 없다고 변명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광주는 지리적으로 서울과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당시 가장 과격했던 정치인인 김대중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통제해 서울까지 번지지 않도록 20일 오후부터 포위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광주는 완벽히 고립되었고, 외곽 지역에서는 양민 학살도 자행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5.18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5.18 기념사는 화합보다 발포 명령 책임자, 헬기 난사 등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Video 1. ‘문재인 대통령 5.18 기념사’ 출처: SBS 뉴스 YouTube Channel]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것은 기념사 말미에 돌아가신 네 분 열사의 이름을 불러 주신 것입니다. 특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까지 이름을 불러주신 것이 고맙습니다. 의례적인 5.18 기념사가 아니었습니다. 진상 규명을 약속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9년 간 제창하지 못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도 의미가 컸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저작물이 아닙니다. 역사 왜곡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5.18 왜곡은 광주 시민들의 가슴에 못 박는 일입니다. 광주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공감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민주화의 토대로서의 광주를 문재인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나를 변화시킨

리영희 교수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방공 메카시즘에 젖어있던 우리를 깨뜨린 책이었습니다. 한완성 교수님의 “민중과 지식인”, 장 폴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도 권해 드립니다. 독재에 살기 힘들었지만 당시에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촛불의 진화를 보면 정말 근사합니다. 광주의 피와 눈물의 나날 속에서 사회가 성장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광주에서 6.10 항쟁으로, 87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서로를 존중하며 연대를 만드는 촛불의 의젓함을 봤습니다. 너무 위대하고 근사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꿈꾸어 왔던 배려와 공감이 드디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5.18은 우리 민족이 간직해야 할 훌륭한 유산입니다. 어두운 역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5.18의 희생은 촛불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곧 꺼져 버릴 것 같았던 촛불이 이번에는 버텨 보자는 간절함에 승리했습니다.

 

일주일 간의 절대 공동체’ (최정운 교수)

 

가장 높은 형태의 공동체였습니다. 함께라면 앞으로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Image 2, 3]

 

소감

그 시대를 알 지 못하지만, 책과 선생님들의 강연을 통해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 야욕 때문에 본분을 망각한 벌레만도 못한 놈들. 누가 대체 그들에게 살인 면허를 주었는가?
  • 젊은이들, 학생들의 희생. 아버지, 어머니들의 희생. 그들을 이끈 힘.
  •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 오늘 날 현실과 비슷하다.

Written by Chris Choi

June 9, 2017 at 2:19 pm

선조, 이승만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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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초기, 선조는 백성과 수도를 버리고 몽진한다. 적군이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임진강 주변 인가를 철거한다. 하지만 백성 역시 발이 묶이게 된다.

삼백 여 년이 지나 같은 장면이 역사에 기록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을 두고 홀로 대전으로 떠난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있었음에도 서둘러 한강 다리를 폭파했다. 역시 이로 인해 군과 국민은 발이 묶이게 된다.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임금이라면, 國父 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생각이 과한 것인가?

Written by Chris Choi

September 25, 2016 at 11: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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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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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國父. 1) 건국에 큰 공로를 세워 2) 국민으로부터 아버지처럼 존경을 받는 사람.

 

#2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인가? 내 이해로는 아닌 듯 하다.

첫째, 상해 임시 정부를 세우는 데 큰 공로를 했다면 첫 번째 조건에 해당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둘째, 국민으로부터 아버지처럼 존경을 받는다면 두 번째 조건에 해당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한강 철교 폭파 외에 여러 사건이 있는데, 공과를 떠나 국민이 그를 아버지처럼 존경하지 않는다.

 

#3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고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그러나 좋은 아버지라 할 수 없다. 국부를 그런 정도의 단어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상식 선에서.

Written by Chris Choi

January 24, 2016 at 12: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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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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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교과서 논란.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반대 여론이 더 크다는 것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증이다.

#2

역사 교과서 개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학생의 관점에서 본 적이 있는가? 왜 이렇게 역사를 가르치고, 역사 시험을 왜 이 따위로 내는지 생각해 봤는가? 미안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올바르지 않은’ 역사가 아닌, ‘흥미 없는’ 역사다. 진정으로 역사가 미래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왜 우리 역사를 익히는 데 흥미가 없는지, 또는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그 답 중 하나는 어른들, 정치판이라고 생각한다.

#3

역사에 해석이 배제될 수 없다. 역사를 100% Fact Check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의 올바른 교과서를 만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이 국정 교과서를 만들지 않았겠는가?

#4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그 이면이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충격이 지금 세대들에게는 없으리라 믿는다.

Written by Chris Choi

October 31, 2015 at 10: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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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운동과 친일, 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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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운동과 친일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 하나의 역사를 두 개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 나는 역사에 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지만, 이 점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로부터 교훈을 찾아 내지 못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Written by Chris Choi

August 16, 2015 at 2: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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