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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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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홍진 감독의 팬이다. 두 편의 전작인 『추격자』와 『황해』에서 김윤석님과 하정우님을 주연 배우로 선택한 점, 한 편에서는 김윤석님을, 다른 한 편에서는 하정우님을 관객의 입장에 서게 한 점이 굉장히 독특했다. 신작 『곡성』에서는 『황해』로 인연을 맺은 곽도원님을 주연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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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일본에서 온 외지인은 조용한 마을에서 낚시를 한다. 말 없이 낚시에 미끼를 끼우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준다. 이 남자는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그가 던지는 미끼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씩 죽어 간다.

자연적 배경은 묘한 느낌을 극대화 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 『손님』과 마찬가지로 『곡성』도 Location이 대단하다. 어떻게 장소를 섭외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장소가 충분히 분위기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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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1]

 

소문

이야기는 ‘소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외지인이 오고나서 마을에 흉흉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다. 일부 형사들과 언론은 독버섯이라는 과학적 Fact를 바탕으로 사건을 파헤쳐 간다. Fact와는 거리가 먼 소문, Fact와 왠지 거리가 가까울 것 같은 과학. 소문은 소문이 아니고, Fact는 Fact가 아닐 수 있다. 곡성 사람들에게 소문은 ‘의심’이다. 경찰과 언론의 분석에 대한 의심이자, 일본인에 대한 의심이다. 소문이 파다할 때, 그것은 이유가 있다.

『곡성』은 『살인의 추억』과 닮은 점들이 있다. 이야기의 전개가 사람들의 소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끔찍한 장면이 갑자기 고기 – 피가 흥건한 고기, 그리고 탄 고기 – 를 굽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것도 그렇다. 주연 배우의 유머가 심각하게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를 때때로 이완시켜 준다.

 

미끼

후반부에 접어들면 일광이 등장한다. 그의 등장은 놀랄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가 선인지 악인지를 아직은 알지 못하므로 마치 구세주가 등장하는 느낌이다. 그는 정의의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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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

 

일광은 종구에게 미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마치 낚시꾼이 어떤 물고기가 올라올 것인지 모르고 미끼를 던지는 것처럼, 그 귀신도 이유 없이 미끼를 던지는 거라고. 나홍진 감독의 말처럼 가해자는 가해의 이유가 있지만, 피해자는 피해의 이유가 없다. 귀신은 왜 곡성이라는 마을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귀신은 왜 종구의 딸인 효진을 선택했을까? 그럴 듯 한 설명이다.

미끼에 대한 이야기는 외지인의 낚시 미끼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일광의 훈도시는 고라니를 뜯어 먹는 귀신의 훈도시를 떠오르게 한다. 사실 상 일광이 외지인의 편, 악의 편이라는 것을 충분히 드러내는 증거들이다. 앞선 이야기들은 관객에게 던지는 감독의 미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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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3]

 

의심

조금 다르게 말하면 그들은 의심이라는 미끼에 걸려든 사람들을 잡는다. 의심 의외의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무명은 다르게 본다. 피해의 이유를 의심이라 말한다. 의심은 소문을 낳고, 소문은 의심을 낳는다. 그 가운데 나쁜 행동이 일어나고, 의심의 대상과의 접촉이 늘어난다. 이것이 피해의 이유다. 마을 사람들의 소문은 종구의 동료 형사인 성복을 통해 종구에게 전해지고, 친구인 병구를 통해 종구에게 전해진다. 다시 그 소문은 종구를 통해 성복에게 전해진다.

 

무명의 , 외지인의

양쪽 모두 자신의 말을 믿으라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귀신이라 말한다. 갈등 속에서 종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귀신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 맞닥뜨린 것은 무명. 삼자대면을 할 수 없다. 무명이 귀신이라면 외지인은 귀신이 아닌 셈이 되고, 무명이 귀신이 아니라면 외지인이 귀신인 셈이 되는 상황이다. 무명이 종구의 손을 잡는다. 무명과 종구의 손의 색이 다르다. 아마도 종구에게 무명의 손의 감촉이 다르거나 손이 차가웠을 것이다. 종구는 직감한다, 무명이 귀신이라고. 게다가 외지인이 효진이의 신발을 사용해 주술을 펼쳤던 것처럼, 바닥에 떨어진 효진이의 머리핀을 보고 종구는 무명이 효진이를 해하는 존재라고 확신하게 된다. (짐작이지만, 외지인과 반대로 그 물건들을 이용해 그들을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결국 종구는 세 번의 닭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둘 다 귀신이었다. 관객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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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은 동굴 피신해 있는 외지인을 찾는다. 그 외지인은 성경 구절을 외며 이삼에게 자신이 메시아라고 말한다. 그 증거로 구멍이 난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황해』에서 면정학이 구남의 나약함을 알아채고 표현하는 것도 손 때문이었다.

 

유약한 종구, 유악한 이삼

유약한 종구는 사건 현장에서 뒹굴고 넘어진다. 유약한 이삼은 외지인과 처음 만났을 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떻게 종구는 필사적으로 딸을 보호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삼은 음울한 동굴에서 외지인과 대면할 수 있었을까?  부성애와 종교적 신념이 떠오른다. 그것이 전부가 아닐 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유약한 인물들의 성장 – 혹은 강한 인물들이 더 강해지는 성장 – 은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다만 종구는 다른 이들의 사건에 시큰둥했다. 신부는 종구의 아픔은 아랑곳 않고 냉소적으로 그의 의심을 비판했다. 마치 『검은 사제들』의 신부들처럼.

 

장면의 교차

영화에서 두 번 장면이 교차된다. 첫 번째는 일광이 굿을 하는 순간 종구와 효진이 방에 있고, 외지인이 의식을 한다. 두 번째는 종구가 무명 앞에서 갈등하는 순간 이삼이 외지인을 만난다.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교차 장면들이다.

 

일상의 공포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찜찜해 하는 이유가 뭘까?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나에게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공포’로 여겨지기 때문은 아닐까? 나에게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사건처럼 보인다.

Written by Chris Choi

May 15, 2016 at 12:21 am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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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와 둘이 관람한 영화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것도,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기에, 오직 황정민님을 믿고 본 영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인 김인권님, 라미란님, 김원해님이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본 영화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산과 함께 산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준 영화다.

 

댄싱퀸

『히말라야』는 『댄싱퀸』에 이은 이석훈 감독의 작품이다. 『댄싱퀸』의 팀워크가 참 좋았던 듯 하다. 황정민님, 라미란님, 정규수님, 성병숙님, 손영순님, 조달환님 등이 『히말라야』에서 다시 뭉쳤다.

 

김원해님

SNL을 통해 처음 본 김원해님의 영화들을 되도록 빠뜨리지 않고 본다. 코믹을 뺀 김원해님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히말라야』에서 그의 진지한 연기를 제대로 감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장례식장에서의 슬픔,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요청하는 간절함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지 모를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명량』에서 최민식님을 상대로 이미 웃음기 뺀 연기를 펼친 적이 있었지만, 분량이 적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거듭 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언제 꼭 한 번 개인적으로 만나 보고 싶다.

 

황정민님

기자들과의 인터뷰 장면에서 황정민님은 눈물을 흘린다. 왜 『댄싱퀸』의 전당 대회 장면이 떠올랐을까? 언론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려진 존재들에 대한 눈물이라는 점이 같았고, 무엇보다 그 눈물이 황정민님이 겪고 있는 현실인양 느껴졌다는 점이 같았다. 그 만큼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 장면에서 극장은 울음 바다가 되었다.

 

[Video 1. “정직한,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출처: JTBC News YouTube Channel]

 

정우님

『짝패』에서 진작 그의 남성미를 알아 봤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사나이다움’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듯 하다. 황정민과의 호흡도 손색이 없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알려 준 정우님의 연기.

 

라미란님

라미란님은 『국제시장』, 『댄싱퀸』에 이어 『히말라야』에서도 황정민님을 만났다. 두 분이 남녀 주연을 맡은 영화는 어떨까 상상해 본다. 『소원』에서의 감동이 『히말라야』에서도 이어졌다. 정적인 영화, 코믹 영화 외에도 동적인 영화에서도 멋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석훈 감독이라도 라미란님을 선택했을 것이다.

 

김인권님

내가 만약 영화를 만들고 Casting을 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김인권님을 조연으로 선택할 것이다. 누구와 어울려도 어색함이 없다는 것은 김인권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Chris Choi

December 26, 2015 at 12:07 am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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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베테랑』이, 류승완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有錢無罪 無錢有罪’, 그리고 어려움 가운데 정의를 세우고자 악전고투하는 그들. Fiction이 Fiction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2

『와일드 카드』에서의 배우 양동근씨의 분노, 『베테랑』에서의 배우 황정민씨의 분노. 관객은 하나가 된다. 그들의 ‘정당방위’에 통쾌함을 느낀다. 그들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이, 정부가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겠지?

 

#3

『국제시장』에 이어 『베테랑』에서 계속된 배우 황정민씨와 배우 오달수씨의 호흡. 손색이 없다!

 

[Link 1. ‘국제시장]

 

#4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일상의 인물들로 그리고 싶어한다고 했다. 『베테랑』, 『부당 거래』의 형사도 회사원일 뿐이고, 『베를린』의 공작원들도 그렇다.

 

#5

대체 불가 배우 황정민.

[Video 1. ‘베테랑’ 메인 예고편 출처: CJ Entertainment YouTube Channel]

#베테랑과 부당거래

『베테랑』과 『부당거래』는 닮은 듯 다른 영화다.

 

  • 황정민님이 두 편 모두 출연하셨다. 『부당거래』에서는 우울한 형사다. 여동생의 남편이 약점이 된다. 『베테랑』에서는 활달한 형사다. 아내가 뇌물을 거부해 가정의 약점이 없다. 『부당거래』에서는 내부의 신뢰가 점점 깨어져 간다. 『베테랑』에서는 끝까지 한 마음으로 서로 돕는다.
  • 천호진님 역시 두 편 모두 출연하셨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당거래』에서는 황정민님을 곤경에 빠뜨린다. 『베테랑』에서는 황정민님이 사건을 풀어가는 데 결정적인 지원을 한다.

Written by Chris Choi

August 10, 2015 at 3:37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