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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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내부의 적이 된다면? 어떤 도구가 주어지면 적이 될 수 있을까? 그 도구가 잠, 몽유병이다. 매일 봐야 하는 가족이 적이 되는 것만큼끔찍한 일은 없다. 물론 남편과 아내는 별거하거나 헤어지는 쉽고 좋은 방법이 있다. 그러나 남편과 달리 아내는 그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수진 (정유미 배우님) 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트라우마였을까? 포기하지 않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한과업 같아 보인다. 심지어 아기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별거하지 않는 것은 이상할 정도다.

층간 소음과 강아지 ‘등의’ 소리는 아래 층 할아버지에게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천장의 자국은 그 증거다. 저승으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윗 층에 대한 분노가 모여 해를 끼친 것일까? 이 질문부터 아리송하다. 굿과 부적이 통했을까? 마지막 정수진의 협박이 통했을까? 이어지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잠에 든 수진은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불안하다. 직접 보지 못하면 실마리를 보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소파 및 강아지와 핏자국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직접 보려면 밤새 깨어 있어야 한다. 결국 잠을 자지 못하던 수진마저 정신병원으로향하게 된다.

전환역전

남편의 공격과 아내의 방어가 이어진다. 물론 밤에만. 낮에는 협력한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뻔하면 지루하다. 무언가 하루하루가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악몽을 꾸고 안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끓고 있는 국통 속에 아기가 없는지 뒤져본다.

초중반에는 현수가 공격을 한다. 후반에는 수진이 공격을 한다. 전세가 역전된다.

해궁 할매 (김금순 배우님) 의 한 Sequence가 대응 방식에 대한 수진의 인식을 바꿔버린다. 가장 큰 전환이다.

Ending

오현수 (이선균 배우님) 의 수면 장애는 물리적 (혹은 화학적) 문제일 뿐일까? 귀신이 개입한 문제일까? 수진의 병은?

누가 맞는가? 수진은 마지막 밤에 PPT와 Projector로 설득하려 한다. 기이하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첫번째 질문, 할아버지의 존재가 확실하지 않으면 무엇도 설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설득에 넘어가서였을까? 혹은 아래 층 아주머니 (김국희 배우님) 를 살리기 위한 단역 배우의 연기였을까? 결말로는 알 수 없다.

긴장 이완

귀여운 강아지, 현수와 수진의 신혼, 의사 (윤경호 배우님), PPT까지. 긴장이 충분히 이완된다. 끔찍한 장면이나 관객을 놀래키는 장면이 거의 없이도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중간 중간 드릴은 수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Written by Chris Choi

February 19, 2024 at 6: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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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와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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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가니』를 봤다. 『부산행』과 닮은 점이 많았다.

 

[Link 1. ‘도가니’]

[Link 2. ‘부산행’]

 

1. 공유님이 주연이다. 정유미님도 출연한다. 두 사람의 연기는 훌륭하다.

2. 『도가니』의 강인호와 『부산행』의 석우도 닮았다. 강인호와 석우는 딸이 하나 있다. 극의 초반에는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인호는 교사가 되기 위해 5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학교 발전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낸다. 석우는 개미들의 몰락은 안중에 없다.

3. 그러나 사랑이 있다. 강인호는 학생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외면하지 않는다. 석우는 딸을 구해야 되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그들을 성장시킨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버린다.

4. 현실에 분노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현실의 모습은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이 그 시작임은 분명하다. 어른들의 탐욕이 아이들마저 괴롭힌다.

5. 교육 기관, 경찰, 교회, 언론, 법정, 정부. 다양한 모습의 비리들이 우리의 모습인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다. 그 현실은 피해자들을 비웃는다.

6. 우리가 기대하는 Happy ending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본다. 그들이 가리는 희망을 우리는 본다.

Written by Chris Choi

September 6, 2016 at 12:3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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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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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KTX를 탄 적이 서 너 번 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부터 왠지 기분이 좋았다.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겠지만, 부산행 기차에 오르는 사람 중에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해운대, 자갈치 시장을 그리며 떠나는 사람들. 고향 집을 향해 곧 출발한다는 말을 전하는 사람들. 기차는 평소처럼 조용히 출발한다. 세 시간이 채 되지 않는 길은 편안하고 안전할 것이다. 평소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무언가 순탄치 않다. 서울역으로 가는 운전 길을 막는 소방차와 경찰차들이 막아 선다. 어린이날 딸에게 준 선물과 똑같은 생일 선물이 막아 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별거 관계가 막아 선다. 펀드 매니저로서의 일이 막아 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과 함께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 사연들

각자 사연들이 있다. 그런데 둘이 함께 탄 사람들 간의 관계가 일방적이다. 석우 (공유 배우님) 의 말은 수안에게 일방적이다. 성경의 말 역시 상화에게 일방적이다. 우식은 짝사랑을 받는다.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개미들

석우는 일에서는 냉정하다. 개미들의 몰락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아마도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버릴 사람들을 연락처에 ‘개미들’로 따로 분류해 놓았다. 자기중심적이다. 처음 좀비들을 따돌렸을 때, 성경 (정유미 배우님) 과 상화 (마동석 배우님) 가 미처 열차 칸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문을 닫아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대전역에서 격리되려 할 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딸과 둘이서만 피하려 했다. 긴급 상황에도 꼼수는 통한다. 그런 석우가 성장한다.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며 위기를 타계해 가는 인물로. 딸의 눈물이 그 계기가 된다.

노숙자에 대한 편견을 유도한다. 심지어 노숙자를 좀비로 오해한다. 그리고 석우와 노숙자 중 한 명이 좀비의 타겟이 될 상황에서, 아마도 노숙자가 당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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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1 출처: 부산행]

석우와 대비되는 인물이 있다. 용석 (김의성 배우님) 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일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자마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려 했다. 좀비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함께 살아 남은 승무원을 밀쳐 버린다. 좀비들을 가까스로 뚫고 온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다른 칸으로 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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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 출처: 부산행]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 중 하나는 생존자들 간의 대결 구도다. 인간 대 좀비 구도를 한창 몰고 가다가, 인간 대 인간의 구도를 만들어 버린다. 선동하는 용석도 나쁘지만, 그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들 또한 잘못이 없다 할 수 없다. 그리고는 한 할머니의 행동으로 다시 그 구도를 깨뜨려 버린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많이 보던 모습이다. 정치 판에서!

폭동

TV에 나오는 폭동 진압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정부가 뭐 큰 잘못을 했다고 저리 난리를 부리냐는 반응. 아무리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킨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진입하냐는 반응. 분명한 것은 정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는 않는다는 것. (영화 상 설정)

원인

이 사건의 원인은 펀드 매니저들의 작전. (영화 상 설정. 현실에서도 작전의 결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 괴물과 유사한 Fra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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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3 출처: 부산행]

Zombie

처음 좀비가 다가오는 순간, 누구도 좀비의 존재를 알지 못할 때, 어떻게 좀비가 출현했음을 긴 설명 없이 알릴 수 있을까?

B-Boy 분들의 안무가 결합된, 굉장한 스피드를 지닌 좀비다. KTX의 속도감이 더해져 더 빨라 보인다.

좀비를 Mainstream에, 대형 영화에 담은 국내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

공간

기차 안, 화장실, 플랫폼, 철길, 대합실, 역 등의 공간이 등장한다. 기차라는 좁은 통로의 공간을 스마트하게 활용했다. 기차 칸 사이의 단절은 긴박함을 한 번씩 끊어 주는 효과가 있다.

세상과 단절된다. 토막 뉴스, Social Media, 전화 통화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전부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막막하다. 기차 밖이 어떨지, 역 밖이 어떨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큰 공포다. 그래서 기차 안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Flashback

Flashback 장면이 아쉽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그런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기에. 너무 명시적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너무 그리워 아쉽지 않았다.

공유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공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광고의 주인공 공유. 영화 “도가니”로 깊은 인상을 준 배우다. 모처럼 궁합이 맞는 작품을 만나 좋은 결과를 낳은 듯 하다. 선한, 혹은 젠틀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영화로 연기의 폭을 더 넓힌 듯 하다. (물론 “용의자”도 있었지만.)

[Link 1. ‘도가니’]

[Link 2. ‘도가니와 부산행’]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 인상에서 따뜻함을 지울 수가 없다. 차갑디 차가운 펀드 매니저가 고난을 통해 거듭나야 하는데, 그렇게 차가지 않다. 좀 더 냉정한 모습을 초반에 보여주었다면?

Visual novel

『부산행』의 ‘Visual novel’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책으로 영화를 읽으니 미처 보지 못했던 몇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 ‘OO그룹, OO그룹 임원진 전원 출국’.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라를 떠나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 인물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아니, 이유를 밝혀야 한다. 용식은 왜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했을까? 그는 어린 시절 판자촌에서 찌든 가난과 함께 살았다. 취업하고서는 가난한 가족과의 연을 끊었다. 심지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혹여 자신에게 가족들이 의지할까 봐 모르는 채 했다. 그가 감염이 된 후 어린 아이처럼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던 것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 석우와 상화가 감염이 된 후 떠올린 것은 갓 태어난 수안이를 안고 있던 기억, 그리고 서연이가 처음 태동하던 기억이었다. 그 기억들이 그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했다.
  • 왜 종길은 감염자들이 가득한 열차의 문을 열었을까? 언니인 인길과 전쟁 통에서도, 고아원에서도 손을 놓지 않았던 자매였다. 종길이 남편을 잃었을 때 인길은 빈 자리를 채워 준 고마운 언니였다.
  • 영국은 왜 진희를 피하지 않았을까? 사랑의 감정만으로 목숨을 내민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영국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막아준 것이 진희였다. 이번엔 영국이 진희를 지켜줘야 할 차례였다. 끝까지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영국은 떠나지 않았다.
  • 가장 의아했던 것이 석우의 어머니. 왜 증오심 가득한 말을 내뱉었을까? 보증 빚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자살을 택한 석우의 아버지에 대한 한이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미어지는 가슴은 아랑곳 않고 이혼을 택한 아들에 대한 한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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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4]

연상호 감독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

아쉽게도 질문을 하지는 못했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 배우들은 극 중에서 실명을 쓰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김수안양의 실명을 극 중에 쓰신 의도가 있나요?
  • 극 중 주요 인물들이 감염자가 되기 직전 하는 말들이 다양합니다. 각 인물에게는 사연이 있구요. 마지막 말들에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Visual Novel에서 그려지는 펀드 매니저 석우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석우보다 좀 더 이기적입니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Link 3. ‘연상호 감독의 취향 존중 구역’]

Written by Chris Choi

July 24, 2016 at 11:33 pm